백세시대의 그림자 – 타산지석(他山之石): 일본의 예

 

(
생각해 볼만한
무거운 주제입니다.
이철 (미주 한국일보 고문)님의 글을
옮겨 올립니다.
)

백세시대의 얼굴 (이철: 미주 한국일보 고문)

사람은 늙어서 죽는 것이 아니다.
병들어서 죽는 것이다.

인생말년 아파서 드러누워 몇 년 씩 지낼 생각을 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나는 노후파산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 번씩 자신에게 물어볼 일이다.

백세시대가 왔지만 장수(長壽)가 악몽인 현상이
日本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백세시대의 또 다른 얼굴이다.
잔치모임에 가보면 으레 이애란의 히트곡,
‘백세 인생’을 누군가 부르는 것을 듣게 된다.

90년대 초 내가 편집국에서 일할 때
일본에서 백세 이상 노인이 3,200명에 이른다는 외신을 보면서,
“백세 이상 사는 사람도 이렇게 많을 수가” 하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 일본에 백세이상 노인이 몇 명인 줄 아는가?
5만명이 넘는다.
한국의 백세인구도 1만 7천명이나 된다.
(2015년 12월 기준. 통계청 발표).

얼마 전 서울 갔을 때 동창들과
후쿠오카 근교 골프장으로 단체 여행한 적이 있다.
나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 것은 차가 골프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車의 트렁크를 열고 골프채를 2개씩 짊어지고 가는 직원이
예쁜 젊은 아가씨가 아니고 80세가 넘은 노인들이 아닌가.

내가 민망해 하니까 친구들이 “요즘 일본에 안 와봤어?
어딜 가나 다 그래” 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는다.
정말 어딜 가나 노인이 섞여 있었다.

시내식당에서 우동을 먹는데 웨이트리스 중에
70세가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2명이나 되었다.
후쿠오카 택시 운전기사 대부분이 60세가 넘어 보이는 노인들이었다.

일본의 초고령화 시대 진입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실감났다.
65세 이상이 인구의
14%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 사회다.
현재 일본은 26.6%다.
나는, 일본에서 골프관광보다 노인관광이 더 흥미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들도 일본이 겪고 있는 백세시대의 부작용을
그대로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예춘추지 보도에 의하면 일본 장수노인들 중에는
누워서 20년-30년 이상 간호 받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으며
85세 이상의 40%가 노망상태에 있는 노인이라는 것이다.

NHK-TV에서
‘노후파산’이라는 특집방송을 내보낸 이후 일본에서는 요즘
‘노후파산’이라는 단어가 장수와 맞물려 유행하고 있다.
너무 오래 살다보니 경제적으로 파탄이 나서
인생말년을 비참하게 사는 노인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나는 일본노인들에게 “당신들은 평생직장 근무로
얻은 퇴직금이 상당할 텐데
왜 노후에 경제적 타격을 받는가”라고 물었더니
보통 퇴직금이 2,000만엔(한화 2억)정도인데 퇴직한 후
여행하고 집도 고치고,
子息들이 어렵다고 해 좀 도와주고,
특히 자신이나 배우자가
중병에 걸려 치료비를 쓰고 나면
퇴직 20년 후에는 퇴직금이 바닥이 난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무엇보다
장수가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제일 싫다고 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어떻게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빨리 죽을 수 있느냐”의 강연이
요즘 붐을 이루고 있다.
뇌졸중, 중풍 등으로 누워있는 노인을 일본에서는
‘네타키리’라고 하는데 일본노인들은 오래 사는 것보다
‘네타키리’가 되지 않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한다.

한국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80세 이상의 노인이 146만명에 이르는데
이중 노후준비가 잘 된 노인은 8.8%에 불과하다니
장수시대와 더불어 노후파산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70세 이상 미국 노인들도 수발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평균 5-6년으로 나타나 있다. (은퇴자협회 자료).
저축해 놓은 돈 미국서는 말년에 의료비로 다 쓴다는 소리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사람은 늙어서 죽는 것이 아니다.
병들어서 죽는 것이다.
인생말년 아파서 드러누워 몇 년씩 지낼 생각을 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나는 노후파산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 번씩 자신에게 물어볼 일이다.
백세시대가 왔지만 장수가 악몽인 현상이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이철 : 미주 한국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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