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과 사랑

 

 

첫눈에 사랑을 할 수는 있어도
첫눈에 정(情)들 수는 없다.

우리말에는 정(情)이라는 특별한 단어가 있다.
한국 사람은 정(情)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민족이다.
나는 영어에서는 정(情)에 해당하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누구 아시는 분 알려 주세요)

정(情)이라는 단어에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들어있다.
오랜 시간 함께 보내면서 추억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형성되는 감정이 정(情)이다.

사랑하려면 그 대상을 사랑할 만한 매력이나 뭔가 끌리는 요소가 있어야 되지만
정(情)이 들면 그런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情)이 들면 그런 자격 요건이 전혀 불필요하다.
정(情)들었다는 자체가 모든 요건을 무시해 버린다.

장모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은 정(情)으로 사는 것이라고 …
미운 정(情), 고운 정(情)
미워도 내게 해가 되어도 떨쳐내지 못하고 관계를 유지하며 살게 하는 것 그게 정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사랑이라는 단어 보다 정(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자격이 없어도
오히려 미워할 만한 것들이 내게 너무 많아도
그래도, 그럴수록 사랑해 주시니
그게 정(情)이 아니면 그 무엇이겠는가?

언어 습관상 한국 사람이 하나님 사랑을 감정적으로는 잘 이해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부부는 젊은 시절 눈 콩깍지가 씌어 사랑하고
그것을 계속하는 사이에 정이 들어 떨쳐내지 못하고
정이 들고 또 들고 그러면서 서로의 삶에 간섭하며 때로는 상처를 주면서
때로 상처를 주며 간섭하는 것이 당연한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
울 마누님은 내게 못마땅한 점이 참 많으시다.
그래도 나와 잘만 살아 주신다.
)
연리목처럼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이제 다 늙어서 어디 사랑만으로 살겠나?
신의, 의리를 지키며 살고 정(情)에 이끌리어 살고
다른 대안이 없으니 그냥 살고
그러다 보니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줄로 알고 살고
가끔은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 것도 같고 …
그렇게 살아간다.

하나님 앞에서도
오랜 기간 꾸준히 신앙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주님께서는 안 그러시겠지만
내 편에서는 그 시간을 지나면서
우리 주님과 정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래서 나는 갑자기 혜성 같이 나타나 불타오르는 믿음을 신뢰하지 않는다.
)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의 사랑 “아가페“라는 단어를 한국말로 번역한다면 정(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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