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세요?

   

어느 날.
Sauna 휴게실에서 성경을 읽고 있었다.
(
나는 사우나 싫어한다.
마눌님은 사우나 무척 좋아하신다.
물론 남편이 더러운 것 매우 싫어하신다.
그래서 가끔 사우나 함께 가 드려야만 한다.
그래서 사우나 가면
목욕, 때 밀기는 최소한도로만 하고
내가 좋아하는(?) 성경을 읽는다.
커피 한 잔과 라면 …
참 좋다.
)

그 때,
어느 분이 내게 물어보신다.

그분: 목사님이세요?
나: 아니요.
그분: 장로님이세요?
나: 아니요. 저는 그냥 집사입니다.
그분: 에이, 설마 그러실 리가요.
나: ???
(더 이상 말 못하고 그냥 장로가 되고 말았다)

내 행동이 내 모습에 안 어울렸나 보다.
머리 허연 왜소한 늙은이가
분위기에 안 어울리게
사우나 휴게실에서
사우나는 안 하고
성경을 읽고 있으니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나 보다.

직업상 성경을 읽나? (어떤 목사님의 사우나 설교 준비?)
격에 맞는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성경을 읽나? (장로님?)
그런데 집사라고 대답하니…
참, 겸손해서 그렇게 대답한 줄로 아신 것 같다.
(
요새는 교회만 나오면
얼마 있다 다 들 집사님이 돤다.
그러니 집사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신 듯.
)

그래서
“에이 그러실 리가요…”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나를 좋게 봐 주시니 참 고마운 분이시다.

하긴 내가 모습에 맞지 않는 행동거지가 많다.
목사냐?, 장로냐?, 박사냐?
이런 소리를 가끔 듣는다.
(
face book에서도 그런 소리 종종 듣는다.
성경 이야기 많이 하고
물리학 이야기 종종 하고
진공관 Audio Amp 이야기 자주 하니까
)

그 모두 다 아닌
왜소하고, 그냥 보통의, 머리가 허연,
그냥 나이 든 늙어가는 꾀죄죄한 늙은이.
(
그런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셋 중 하나는 되었어야 했나?
이제 와서 아쉬운 생각이 들 듯도 하다.
좋아하는 물리학/공학 공부 할 걸 그랬나?
젊을 때 열심을 내어 목사 될 걸 그랬나?
한 교회 열심히 잘 다녀 장로 될 걸 그랬나?
그러나 그런 생각 별로 들지 않는다.

하긴
“목사+박사“인 분들 참 많이 계시다.
“장로+박사“인 분들 참 많이 계시다.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으신지
참으로 열심이고 유능한 분들이시다.

나는 그렇게 열심이고 유능한 사람 못 된다.
가난한 동네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난 나는
어릴 적 꿈이 고물상 주인이었으니
대학 졸업만 한 것도 대단한 것이다.
그러니 내가 뭘 더 바랐겠는가?
)

나는 그냥 성경 읽는 것을 좋아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나이 먹은 사람일 뿐이다.

예수님을 알고 싶은 보통 사람이다.
예수님을 닮고 싶은 보통 사람이다.
그분 마음 알고 싶은 보통 사람이다.
창세기에 나오는 에녹처럼 평생 살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알고, 이해하고, 믿고 있는 것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머리만 크고 손발은 마비된 것 같은
겁 많고, 실천력이 떨어지는,
비겁하고 나약한 지성을 소유한 존재이다.
(
그래서
이상의 “박제가 된 천재”라는 말에 동의 한다
물론 내가 천재라고 하는 말은 전혀 아니다
)

야고보서를 읽으면 마음이 찔리는,
소심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떳떳하지 못한 신앙인이다.

한편으로는 미안스럽기도 하다
장로 일 것 같은 나이에 장로가 아니어서
남들을 헷갈리게 하니…
그분들의 오해라도 아주 조금 미안스럽다.

그래도
나 자신은 하나님 앞에서 그냥 나 자신인 것이 정말로 좋다.

나의 자란 배경이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꿈이나 야망도 별로 없었다.
그냥 예수님 믿고 하루하루 살면 만족하다 생각했다.

봄에 피어나는 민들레 꽃을 보며 하나님의 섭리를 느꼈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봄에 다시 살아나는 것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래서 그런지 성경에서 좋아하는 인물은 에녹이다.
예수님을 믿고 창세기를 읽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고…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감격할 때에도
영웅을 기대하는 이 시대에
믿음의 영웅이 되고 싶은 이 시대
이 시대에 에녹과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 5:21,22,24)
21 에녹은 육십 오세에 므두셀라를 낳았고
22 므두셀라를 낳은 후 삼백년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자녀를 낳았으며
24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 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

오늘도, 내일도
이번 달도, 다음 달도
금년도, 내년도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그날까지 변함없이 꾸준히
하나님과 동행하면 산다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렇게 살기에 100% 성공한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100% 성공하고 살 자신은 없다.
그러나 엎어지면 다시 일어나 앞으로 갈 것이다.

찬송가에 있는 것처럼
“귀하신 주여 날 붙드사 주께로 날마다 더 가까이“

https://www.youtube.com/watch?v=xac4uRFV_GU

(1)
귀하신 주여 날 붙드사 주께로 날마다 더 가까이
저 하늘나라 나 올라가 구주의 품안에 늘 안기어
영생의 복 받기 원합니다
(2)
봉헌할 물건 나 없어도 날마다 주께로 더 가까이
내 죄를 주께 다 고하니 주님의 보혈로 날 씻으사
눈보다 더 희게 하옵소서
(3)
간악한 마귀 날 꾀어도 주 예수 앞으로 더 가까이
이 세상 속한 그 허영심 또 추한 생각을 다 버리니
정결한 맘 내게 늘 줍소서
(4)
이 세상 내가 살 동안에 주께로 날마다 더 가까이
저 뵈는 천국 나 들어가 한없는 복락을 다 얻도록
풍성한 은혜를 비나이다
아-멘

(
그런데 내가 에녹처럼 살고 싶다고 하면
“오래 살고 싶어서요?” 하고 묻는 사람 있다.
그런 분은 아마 인생 편하게 살아온 분일지 모른다.
나는 오래 살고 싶은 마음 없다.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
내가 나로서 존재하며 하나님께 가기를 소망할 뿐이다.
어려운 소망인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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