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작성일 2019.3.17)

     (과거는 그냥 과거이다 1975.12의 어느날 내 모습)

사람들에게,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10년만 젊었으면…
우리 아이 어렸을 적으로 돌아가서 애들을 더 잘 키우고 싶다.

그런데 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나의 현재가 자랑스러워서?
69세의 이 나이가 미래를 꿈 꿀 만큼 충분히 젊어서?
내 인생이 남 보기에 성공적이어서?
살아온 내 삶이 깨끗하고 후회가 없어서?
모두 아니다.

가정이지만…
물론 과거로 돌아가서 지금보다 잘 하고,
잘 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게 무슨 과거로 돌아간 것인가?
또 하나의 전혀 다른 미래를 사는 것과 동일하다.
지금 현재에서 시작한 미래의 나의 인생길 하나를 알 고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이리 이리 했을 때,
저리 저리 된다는 것이지 (이미 살아 봐서 알고 있으니까)
그 외 다른 선택을 했을 때는 어떻게 될지 모른 다는 말이다.

내가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과거의 내 선택과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살아온 것과 다른 미래에 도달할 것이라는 것뿐이다.
그 이상은 모른다.
그 결과가 분명히 더 바람직하다고는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그것은 지금 과거의 삶을 기억하고 있는 또 하나의 미래일 뿐이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여태 까지 기억이 다 사라진 채
과거로 돌아가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면 과거로 돌아간 나는 거의 또 똑 같은 선택을 하고 살 것이 분명하다.
같은 사람일 테니까.
결국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살아도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닌 한
같은 선택에 같은 결과에 이른다는 말이다.
이래저래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결론이다.

내가 살아 온 현재는
하나님 앞에 불순종하고 이리 저리 빼며 살아온 나를
주님께서 참으시며 인도 하신 결과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최선을 다하고
살아온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다시 산다고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학교 다닐 때 시험 준비를 위해서
알고 기억할 때까지 몇 일 밤을 꼬빡 새워가며
시험공부를 하고 하고 또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서
그 것보다 반드시 더 잘할 수 있을 것인가?
가난한 집에 태어난 나는 몸이 유난히 약했다.
같은 고생과 실수만 한 번 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끄러운 죄를 짓기도 했는데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런 죄를 짓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인간이 같은 인간이데.
과거에 지은 죄는 그것 한번으로 족하다.

내세울 것 없는 현재의 나지만
내 생각에는 주님께 질질 끌리듯이 왔어도
우리 주님이 나와 50년간 함께 해 주시고
나를 품에 앉고 오시어서
오늘에 이른 것을 생각하면
과거로 전혀 돌아가고 싶지 않고

과거 나를 사랑한다고 하신 주님께서
나를 가슴에 품고 인도하셨고
지금의 나를 동일하게
인도하시는
우리 주님께 감사한다.

[출애굽기 19:4]
내가 어떻게 독수리 날개로 너희를 업어 내게로 인도하였음을 너희가 보았느니라

하나님께서 나도 독수리 날개로 업어 인도하셨다고 믿는다

나는 생각한다.
시인 윤동주의 고향에 따라온 백골은 …
또 다른 고향에도 역시 따라가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고향 (윤동주)

고향에 돌아 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세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4 thoughts on “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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