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도(烏瞰圖) (1)

 


오감도(烏瞰圖)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4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5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6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7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8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9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0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1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 하는아해와
그렇게 뿐이 모였소.
(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 끝 –

1934년7월24일 – 8월8일 (조선중앙일보) 연재.
발표되자 난해 시로 일대 물의를 일으켜
독자의 비난을 받고 중단 됨.

이 시를 고등학교 때 배웠는데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조감도(鳥瞰圖)부터 이야기하면…
조감도(Bird’s-eye view)는 새가 본 그림
높은 곳에서 한눈에 종합적으로 파악한 그림이다.
그가 건축과 출신이어서 이 제목이 가능했으리라.

그런데…
한자의 새 조(鳥)자에서 눈에 해당하는 가운데 획을 빼면 까마귀 오(烏)자가 된다.
한자를 만든 사람들이 까마귀가 까매서 눈이 없는 것 같이 보인다고 생각하여
새 조(鳥)자에서 한 획(눈)을 빼어 까마귀 오(烏)자를 만들었다.
즉 까마귀 오(烏)자는 눈먼 새라는 뜻이다.


“오감도“라는 말은 ”조감도“에서 눈을 빼어냈다는 뜻의 언어의 놀이.
눈먼 새(까마귀)가 높은데서 본 꼴이니 오죽 할까?
보나 마나다, 그게 “오감도”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이 시를 읽어 보면 가관이다.

재수 없는 숫자 13명의 지각없는 아이 들이 눈 가리고 질주하는 형상이니
길이 뚫렸거나 막혔거나 막다른 골목이나 마찬가지로 불안, 초조, 공포,
시간도 없다.

한 애가 무섭다 하니 다음, 다음 아이 차례로 모두 다 무섭다 하며 질주한다.
이 쯤 되면 주변 사정은 어쨌든 상관이 없다.
막힌 골목이나 뚫린 골목이나 질주하거나 장님처럼 더듬거리며 헤매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1934년 지금으로부터 88년 전 24세의 나이에 이 시를 발표 했으니 대단한 천재이다.
당시에는 이해 할 수 없는 천재적인 혜안.
그는 1937년 4월 17일 27세 나이로 요절 했다.

현대 생활에 퍼져 있는 고독한 군중 심리를 꿰뚫어보는 시일 수밖에 없다.

한 아이가 무섭다하고
주위에서 한 둘씩 호응하면 다들 무섭다고 날뛰고…
한사람이 이것이 좋은 상품이라고 하면
조금씩 다들 좋다고 마구 사고…

이 맛집 review, 저 상품 review, 너도 나도 …
나도 Amazon에서 뭘 사려면 사용자 review를 보고
평이 많고, 별이 많으면서 싼 것을 골라서 산다.
그리고는 후회하는 때가 종종 있다. 하하하

상품 만 그러냐 하면 가짜 뉴스, 가짜 뉴스에 뉴스, 가짜 사상 이런 것이 얽힌 지금의 세상.

이상은 이것을 88년 전에 24세의 나이로 꿰뚫어 보았다.
정말로 대단한 천재, 혜안, 예언이 아닌가?
예언이라기 보다 인간 세상을 관통하는 직관, 통찰력.
천재에는 논리사고가 뛰어난 분도 있고 이상처럼 직관, 통찰력이 뛰어난 분도 있다.

가짜 거짓 정보 거짓 사상이 넘쳐나는 요즈음
그것을 검증하여 진위를 구분하기도 힘들게 정보가 넘쳐나는 이 세상.
모두 눈 먼 아이처럼 이리 저리 헤매고 뛴다.

정치? 누가 국민을 우롱 했나? 잘 모른다.
서로 서로 자기의 이익을 주장하며 지도자?나
국민이나 이합집산 이리저리 헤맨다. (누구누구 할 것 없이)
서로 자기는 옳고 정직하고 사심 없고 다른 모두는 틀렸다 한다.

보수, 개혁, 친일 수구, 좌익, 페미니즘, 여성운동 …

나는 상황 판단이 매우 더딘 사람이라 정말로 혼돈스럽고 알 수가 없다.
머릿속의 사고 구조가 어떻게 된 것인지
상대의 말을 일단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고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한참 지난 다음에 그 진위를 파악하게 되면
이미 속아 넘어간 것을 깨달은 경우가 꽤나 많다.
(난 참 속여 넘기기 쉬운 어리석은 사람)

성경을 이것을 지적하기를 …
[잠언 20:6] 에
많은 사람은 각기 자기의 인자함을 자랑하나니 충성된 자를 누가 만날 수 있으랴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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