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나는 별로 꿈이 없는 사람이다.
어릴 때 누가 “넌 커서 뭐가 될래 ?“ 물어보면
모두들 대통령 혹은 장군이 되겠다고 한다.
나도 “장군이 될래“ 대답했다.
그러나 그것은 주위에서 그렇게 하라고 시켜서 한 것뿐이다.
나는 그렇게 열심이고 유능한 사람 못 된다.
625사변 직후 난민촌 수준의 가난한 동네,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나.
어릴 적 꿈이 고물상 주인이었을 정도다.
고물상에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있어서 고물상 주인이 되고 싶었고.
전봇대에 올라가 전기를 고치는 전기기술자가 그럴 듯해 보여서 전공도 되고 싶었다.
중 고등학교 때 영어 선생님은
“Boys be ambitious!”를 외쳤지만 내게는 그리 인상 깊지 못했다.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만족하지“
이 옛 시조를 좋아했다.
마눌은 이 시조를, 남자가 무책임 하다고 매우 싫어하신다.
그런 내가 공대 입학해서 졸업을 했으니
그만 해도 대단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내가 뭘 더 바랐겠는가?
(
그런 줄도 모르고 그런 내게 시집와 살아 준 마눌께 고맙고 미안하다
마눌은 내가 선교사가 될 줄로 생각하고 각오하고 내게 시집 왔다나.
예수님 믿는 태도는 순수해 보였으니까…
그래서…
마눌님,
그대가 고맙습니다.
태어나 주어서
존재해 주어서
내게 와 주어서
함께 해 주어서
)
1999년 49세 때, 미국에 오게 된 것도.(정확히 1998 12.26)
IMF때 한국의 경제가 어려운 때.
당시 한국 대기업은 자녀들의 대학교 등록금을 회사에서 대 주었는데
IMF로 회사가 어렵다고 보너스, 월급을 차례대로 깍 더니
아이들의 대학 등록금은 한 아이만 대준다고 했다.
그 때 나는 두 아이가 다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내 아이의 대학 학비를 대는 것이 난감해 보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월급 많이 받는 직장을 알아보다 미국에 취직해서 오게 되었다.
다행히 2000년도가 되기 이전이어서 Computer Programmer의 수요가 많은 때였다.
(내 직업은 Computer programmer 였다)
등을 떠밀려야 겨우 움직이는 스타일이라는 말인데…
그나마 그 때까지 머리가 받쳐 준 것이 하나님 은혜다.
미국 와서도 돈 많이 벌어 잘 살 꿈, American dream이 있는 것 아니었다.
두 아이 대학교 졸업 시켜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니 내가 생각해도 나는 남자로서 별 볼 일 없다.
어찌 되었든 지금은 두 아이는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독립했다.
원래의 목표를 (겨우?) 달성했다.
지금 생각하면 두 아이에 대한 꿈도 너무 적어서 아이들이 더 잘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하나님 앞에서 그냥 나 자신인 것이 싫지 않다.
나의 자란 배경이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꿈이나 야망도 별로 없었다.
예수님 믿고 하루하루 살면 족하다 생각했다.
봄에 피어나는 민들레꽃을 보며 하나님의 섭리를 느꼈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봄에 다시 살아나는 것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래서 그런지 성경에서 좋아하는 인물은 에녹이다.
예수님을 믿고 창세기를 읽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고…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감격할 때에도
영웅을 기대하는 이 시대에
믿음의 영웅이 되고 싶은 이 시대
이 시대에 에녹과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세기 5:21,22,24)
21 에녹은 육십 오세에 므두셀라를 낳았고
22 므두셀라를 낳은 후 삼백년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자녀를 낳았으며
24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 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
오늘도, 내일도
이번 달도, 다음 달도
금년도, 내년도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그날까지 변함없이 꾸준히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아가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기에 100% 성공한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100% 성공하고 살 자신은 없다.
그러나 엎어지면 다시 일어나 앞으로 갈 것이다.
그런 내가 요즈음은 꿈을 꾼다.
우리 주님을 만나는 꿈이다.
이 천하고 누추한 육신의 장막 안에서나,
이 천하고 누추한 육신의 장막을 벗어나서
나의 주님과 같은 모습이 되어서
주님을 만나는 꿈을 꾼다.
주님을 만나 뵙고 싶다.
(요한일서 3:1-3)
1 보라 아버지께서 어떠한 사랑을 우리에게 주사 하나님의 자녀라 일컬음을 얻게 하셨는고 우리가 그러하도다 그러므로 세상이 우리를 알지 못함은 그를 알지 못함이니라
2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지금은 하나님의 자녀라 장래에 어떻게 될 것은 아직 나타나지 아니하였으나 그가 나타내심이 되면 우리가 그와 같을 줄을 아는 것은 그의 계신 그대로 볼 것을 인함이니
3 주를 향하여 이 소망을 가진 자마다 그의 깨끗하심과 같이 자기를 깨끗하게 하느니라
그때 주님을 기쁘게 만나 뵙기 위해서 오늘을 경건하게 고 싶다.
비록 지금은 별 볼일 없는 부끄러운 존재일 지라도…
(
방정맞게 이런 말을 하고 오래 오래 살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권한 밖의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