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개를 안고 가는 여인

   

(추억이 있는 성경 말씀)
전도서 7:14
히브리서 11:6

16년 전 이었던 것 같다.
버지니아 리치몬드에 취업하여 일을 하고 있었는데 취업 연장에 실패했다.
그때, 미국 영주권 신청 중이었는데.
911 사건이 발생한 후 미국 영주권의 진행이 5년 이상 늦어지고 있었다.
당시 이민법은 영주권 신청 중 6개월 이상 취업을 못하면 미국을 떠나야 했다.

한국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미국 취업이민 온 나는 아찔했다.
6개월 이내에 직장을 구해야 한다.
이력서를 이곳저곳에 내고 초초하게 기다리는 중.
연락 온 곳은 하나도 없었다.

취직을 못하면 어떻게 하나?
아무것도 없는 한국으로 가족을 데리고 돌아가야 하나?
돌아가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답답하고 우울했다.

아침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동네 공원 산책을 하는데
(
속으로 불평을 한다.
하나님 해주실 거면 좀 시원하게 잘해 주시지 않으시고 …
)

그 때
저쪽에서 나이 드신 아주머니가 커다란 개를 가슴에 안고 오고 있었다.

“아주머니 개가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침 산책을 시키는데 이제는 개가 늙어서 잘 걷지를 못해요. 그래서 마지막에는 이렇게 안고 갑니다“

머리속을 ‘쾅’하며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아!, 하나님께서 나이 먹고 힘없어 걷지도 못하는 나도 안고 가시는구나!
사람 아주머니도 힘없는 개를 산책시키다 지치면 안고 가는데 …

전도서 7:14 절 평소에 외워 두었던 성경말씀이 생각났다.

[전도서 7:14]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하나님이 이 두 가지를 병행하게 하사
사람으로 그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

하나님께서는 좋은 날 고뇌의 날을 예상 못하게 허락하셔서
내가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시는 구나.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구나.
앞으로도 이런 날이 많이 있을 텐데
잘 될 때는 기뻐하고 고달플 때는 뭔가 생각하며 살라 말씀하시는구나.

그 때도 역시 주님께서는 나를 안고 가시겠구나.
하나님께서는 내게 무엇을 원하실까?
히브리서 11:6 이 떠올랐다.

[히브리서 11:6]
믿음이 없이는 기쁘시게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도록 허락하시는 것은 주님께서 내게 주님을 향한 믿음을 갖으라고 하시는 것이로구나.

만약에 내가 장래를 확실히 알아서
틀림없이 취업에 실패할 것이라고 하면 당장에 짐을 싸서 한국으로 귀국할 준비를 할 것이다.
곧 취업될 것이라면 편하게 앉아서 휴가를 즐기며 기다릴 것이다.

그러면 주님께서 내 마음속에 들어오실 자리는 없을 것이다.
나는 하나님께 매달리며 기도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하나님을 향한 믿음 갖는 것을 기뻐하셔서 이런 생각을 하게 하시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다.

불안, 기대, 감사, 안심 가운데 주님께 기도를 할 수 있었다.
“주님 제가 어떤 환경에 있든지 주님께서 저를 안고 가심을 감사드립니다.”

그 얼마 후 나는 도시를 옮겨서 미국에서 직장을 구했고
또 얼마 후 미국 영주권을 받았다.

전도서 7:14, 히브리서 11:6
내게 추억이 있는 성경 말씀이다.
우리 주님과의 추억은 마음이 따뜻하다.

(근심 그득한 그 때의 마눌 모습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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